돌아가기 27-28화
서정 로맨스
EPISODE 27
제27화
카페. 오후. 남자가 창가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카운터 뒤에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컵을 닦고 있다.

관악구 역 앞 카페. 평일 오후 3시.

진호는 거래처 미팅이 끝나고 들렀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4,500원.

하은이 카운터에 있었다. 앞치마에 카페 로고가 박혀 있었다.

서하은
"어?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박진호
"근처에 일이 있어서."

거짓말은 아니었다. 완전한 사실도 아니었다.

서하은
"자리 앉으세요. 쿠키 하나 드릴게요. 오늘 남은 거."

진호는 창가에 앉았다. 하은이 쿠키를 가져다줬다. 초코칩.

서하은
"여기 오면 말해주세요. 서비스 드릴게요."
박진호
"편의점 때도 그랬습니까?"
서하은
"편의점은 사장님 거라 서비스 못 줬죠. 여기는 — 제가 만든 쿠키니까."

직접 만든 쿠키. 진호는 한 입 먹었다. 달았다.

30분 있었다. 노트북을 꺼내서 일했다. 하은은 카운터에서 컵을 닦고, 주문을 받고, 틈틈이 테이블을 닦았다.

한 번도 불필요하게 말을 걸지 않았다. 진호가 일하는 걸 알았다.

나갈 때 하은이 말했다.

서하은
"또 오세요."
박진호
"...네."

나왔다. 사무실로 걸었다. 5분.

쿠키 맛이 입에 남아 있었다.

* * *
사무실. 밤. 전화기를 든 남자의 표정이 굳어 있다.

저녁. 태식에게서 전화.

강태식
"진호야. 안 좋은 소식이야."

진호가 의자에서 등을 폈다.

강태식
"한현우가 가격을 더 내렸어. 월 5만 원. 사실상 무료야."
박진호
"5만 원이면 적자인데."
강태식
"VC 돈으로 버티는 거야. 우리 고객 뺏을 때까지."

진호는 입을 다물었다. 가격 전쟁. 자본이 많은 쪽이 이기는 싸움이었다.

강태식
"고객 5곳이 비즈닥터 무료 체험 신청했어."
박진호
"이탈은?"
강태식
"아직은 없어. 근데 — 무료 3개월이면 흔들려."

진호는 단말기를 켰다.

박진호
"팀장아. 비즈닥터가 월 5만 원으로 내렸어. 대응 전략."
◈ AI TEAM LEADER 가격 전쟁은 자본 열세 시 패배 확률 87%입니다. 대안: ▶ 가격을 내리지 마십시오 ▶ 기능 차별화를 극대화하십시오 ▶ 고객 충성도를 높이십시오 CEO, 한 가지 데이터가 있습니다. 비즈닥터 사용 기업의 분석 정확도 불만율: 34% 기술력은 표면뿐입니다. 3개월 후 고객이 돌아올 확률: 72%

72%. 높지만 — 3개월을 버텨야 했다.

박진호
"3개월. 버틸 수 있어?"
◈ AI TEAM LEADER 현재 현금 보유: 2,800만 원 월 고정 비용: 1,200만 원 (인건비 850 + 서버 200 + 임대 150) 매출이 30% 감소해도 3개월 운영 가능합니다.

3개월. 충분했다. 버티면 됐다.

박진호
"태식 형. 가격 안 내립니다."
강태식
"근거는?"
박진호
"비즈닥터 정확도가 89%입니다. 우리는 98%. 3개월 쓰면 차이를 알게 돼요."
강태식
"그 사이에 나간 고객은?"
박진호
"형이 잡아주세요."

잠깐 침묵.

강태식
"알았다. 내가 전화 돌린다."

진호는 전화를 끊고 사무실 천장을 봤다.

가격 전쟁. 자본 열세. 하지만 — 기술이 있었다. 태식이 있었다. 민준이 있었다.

3개월. 견디면 된다.

진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이번에는 — 빼앗기지 않는다.

EPISODE 28
제28화
사무실. 낮. 50대 남자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서 있다. 표정이 단호하다. 화이트보드에 고객사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태식이 뛰었다.

85곳 전부에 전화를 돌렸다. 3일 동안. 하루에 30통.

강태식
"사장님, 강태식입니다. 요즘 서비스 어떠세요? 불편한 점 없으세요?"

불편한 점을 물었다. 경쟁사 얘기는 안 했다. 30년 영업의 원칙이었다. '상대를 깎지 마라. 내 물건을 올려라.'

85곳 중 7곳이 비즈닥터를 검토하고 있었다. 태식이 7곳을 직접 방문했다.

강태식
"비즈닥터가 싼 건 맞습니다. 근데 사장님, 제가 3개월 동안 귀사 데이터 보면서 느낀 게 있거든요."

태식은 각 회사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사장님 이름, 직원 수, 지난달 고민거리. 엑셀에 적어뒀다. 85곳 전부.

기계는 데이터를 알았다. 태식은 사람을 알았다.

결과: 7곳 중 5곳이 남았다. 2곳이 비즈닥터로 갔다.

강태식
"2곳 나갔어."
박진호
"괜찮습니다. 돌아올 겁니다."
* * *

6월.

한현우가 움직였다. 가격 덤핑만이 아니었다.

비즈닥터 블로그에 비교 글이 올라왔다. 'BizSpread vs 비즈닥터 — 진짜 차이는?'

글의 결론: "가격 대비 성능은 비즈닥터가 우세."

정민준
"대표님. 이거 보셨어요?"

민준이 모니터를 돌렸다. 진호가 읽었다.

교묘했다. BizSpread의 정확도는 인정하면서 "중소기업에게 그 정확도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진호
"무시해."
정민준
"그냥 놔둬요?"
박진호
"블로그 싸움은 시간 낭비야. 제품으로 답한다."

진호는 화이트보드에 섰다. 새 기능을 적었다.

'자동 보고서 이메일 발송.' 고객이 로그인 안 해도 — 매주 월요일 아침에 분석 리포트가 메일로 온다.

박진호
"민준아. 이거 얼마나 걸려?"
정민준
"일주일이면 됩니다."
박진호
"3일 안에 해."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3일.

* * *

3일 후. 자동 리포트 출시.

85곳 고객에게 월요일 아침 8시에 리포트가 날아갔다.

반응이 왔다. 태식에게 전화가 쏟아졌다.

거래처사장
"강 이사, 이거 뭐야? 아침에 메일 왔는데 — 우리 회사 분석이 자동으로 와?"
강태식
"네, 사장님. 이번 달부터 자동입니다."
거래처사장
"이거 추가 비용 있어?"
강태식
"없습니다. 기존 구독 안에 포함이에요."
거래처사장
"야, 이건 진짜 좋네."

1주일 만에 구독 5곳 추가. 비즈닥터에서 돌아온 2곳 포함.

◈ AI TEAM LEADER 자동 리포트 출시 효과: ▶ 구독: 83 → 92곳 ▶ 이탈: 0 (비즈닥터 복귀 2곳 포함) ▶ 고객 만족도: 상승 CEO, 비즈닥터에 이 기능은 없습니다. 기술 격차가 다시 벌어졌습니다.

벌어졌다. 하지만 한현우에게 VC 돈이 있는 한 — 다시 좁혀질 거였다.

박진호
"팀장아. 다음은 뭐야?"
◈ AI TEAM LEADER CEO. 다음은 제가 제안하는 것이 아닙니다. CEO가 결정하십시오.

진호는 화면을 봤다. 팀장이 답을 안 줬다. 처음이었다.

진호가 결정해야 했다.

의자에 기대서 천장을 봤다. 3초.

박진호
"외부 AI 공급이야."
◈ AI TEAM LEADER 설명해주십시오.
박진호
"BizSpread 안에 있는 분석 엔진을 — 다른 회사 시스템에 넣어주는 거야. API로. 우리가 분석을 해주고, 상대 회사 화면에 결과가 뜨는 구조."
◈ AI TEAM LEADER ... CEO의 전략이 제 분석보다 빠릅니다. 외부 AI 공급은 수익을 10배 확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팀장의 분석보다 빠르다. 진호가 먼저 답을 냈다.

처음이었다. AI보다 먼저.

학습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진호는 아직 몰랐다.

제28화 끝

제29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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