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김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진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3곳. 진호가 10년 동안 관리한 거래처. 승재는 빼앗기만 했지 — 유지할 줄은 몰랐다.
진호의 손이 멈췄다.
진호는 전화를 끊고 창밖을 봤다. 분노는 없었다. 오래전에 태웠다.
43명. 진호가 뽑은 사람들. 그 중 36명이 아직 거기 있었다. 월급이 밀리고 있었다.
승재를 잡는 건 — 나중에 해도 됐다. 지금은 자기 사업이 우선이었다.
BizSpread 구독 68곳. 월 수익 2,040만 원 + 컨설팅 300만 원.
합계 2,340만 원. 사무실을 넓혔다. 관악구 원룸에서 — 구로구 오피스텔 3층. 30평.
직원 현황: 진호, 태식, 민준, 그리고 — 영수.
영수가 퇴원했다. 허리 보조기를 차고.
영수의 역할은 사무실 관리와 고객 응대. 전화 받고, 문의 처리하고, 간단한 세팅을 도왔다.
허리 때문에 공사장은 못 갔다. 하지만 여기서는 — 앉아서 일할 수 있었다.
영수가 웃었다.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허리를 조심하면서.
밤. 사무실.
태식이 퇴근 전에 말했다.
예상했다.
3곳. 68곳 중 3곳. 아직은 적었다. 하지만 시작이었다.
태식이 나갔다. 진호가 단말기를 켰다.
멀티 AI 라우팅. 팀장이 제안한 기술. 진호가 구조를 잡고 민준이 만들면 됐다.
진호는 화이트보드에 일어섰다. 구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새벽 2시까지. 벽돌 대신 — 화살표를 그렸다. 같은 손으로.
경쟁자가 뒤에 있었다. 멈출 수 없었다.
멀티 AI 라우팅 개발. 3주째.
민준이 코드를 짰다. 진호가 구조를 잡았다. 팀장이 모델을 학습시켰다.
그런데 — 팀장의 처리 속도가 또 이상했다.
0.3초. 지난주까지 0.8초였다. 민준의 코드만으로는 이 속도가 안 나왔다.
진호는 단말기를 봤다. 파란 빛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진호는 민준에게 말했다.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이 찜찜해 보였다.
진호도 찜찜했다. 영수 허리. 갑자기 빨라진 에러 해결. 그리고 이번에는 — 하드웨어 한계를 넘는 처리 속도.
이 단말기는 뭘까. 정말 그냥 AI 도구일까.
생각을 접었다. 지금은 경쟁자를 이기는 게 먼저였다.
멀티 라우팅 출시. BizSpread v3.0.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분석 속도와 정확도가 경쟁사의 2배.
비즈닥터 고객이 SEAN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가격이 3배 비싼데도.
사무실에서 태식이 화이트보드를 봤다. 고객 이름이 85개 적혀 있었다. 3개월 전에 48개였다. 숫자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료의 힘을 알았다. 한때 200억짜리 회사를 운영할 때도 — 무료 샘플이 가장 무서운 영업 도구였다.
태식이 전화기를 들었다. 85곳 중 이탈 위험이 있는 곳부터 돌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펴고, 목소리를 낮추고, 전화를 걸었다.
30년 영업맨의 하루가 시작됐다.
민준이 옆에서 v3.0 업데이트 로그를 정리하고 있었다. 영수가 택배를 나르고 있었다. 진호가 다음 달 로드맵을 적고 있었다.
4명.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같은 날 저녁. 편의점.
진호가 고개를 들었다.
하은이 웃었다. 진호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편의점을 나왔다. 밤거리를 걸었다.
사무실에서 5분. 외울 필요 없는 거리였다.
일이 손에 안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