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25-26화
다크앰비언트
EPISODE 25
제25화
사무실. 낮. 컴퓨터 화면에 뉴스 기사. '글로벌트레이드 동남아 사업 손실'. 남자가 화면을 보고 있다.

5월.

김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김과장
"사장님. 아, 옛날 습관이 — 진호 씨."
박진호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김과장
"글로벌트레이드가 지금 난리예요. 동남아 사업 4억 손실. 월급이 두 달째 밀렸어요."

진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김과장
"승재 씨가 동남아 바이어 3곳을 다 잃었대요. 진호 씨 나간 다음부터 관리가 안 됐나 봐요."

3곳. 진호가 10년 동안 관리한 거래처. 승재는 빼앗기만 했지 — 유지할 줄은 몰랐다.

김과장
"그리고 하나 더. 포괄위임장 건 —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왔어요."

진호의 손이 멈췄다.

김과장
"날짜가 조작됐대요. 진호 씨가 서명한 날짜랑 문서 생성 날짜가 달라요. 변호사가 무고 혐의로 갈 수 있다고."
박진호
"...그건 제가 나서지 않겠습니다."
김과장
"네?"
박진호
"글로벌트레이드 직원들 월급이 더 중요합니다. 승재가 잡히면 그 회사 완전히 끝나요."

진호는 전화를 끊고 창밖을 봤다. 분노는 없었다. 오래전에 태웠다.

43명. 진호가 뽑은 사람들. 그 중 36명이 아직 거기 있었다. 월급이 밀리고 있었다.

승재를 잡는 건 — 나중에 해도 됐다. 지금은 자기 사업이 우선이었다.

* * *

BizSpread 구독 68곳. 월 수익 2,040만 원 + 컨설팅 300만 원.

합계 2,340만 원. 사무실을 넓혔다. 관악구 원룸에서 — 구로구 오피스텔 3층. 30평.

직원 현황: 진호, 태식, 민준, 그리고 — 영수.

영수가 퇴원했다. 허리 보조기를 차고.

오영수
"야, 사무실이 이래?"
박진호
"왜, 좁아?"
오영수
"아니, 넓어. 고시원보다."

영수의 역할은 사무실 관리와 고객 응대. 전화 받고, 문의 처리하고, 간단한 세팅을 도왔다.

허리 때문에 공사장은 못 갔다. 하지만 여기서는 — 앉아서 일할 수 있었다.

오영수
"야, 월급이 얼마야?"
박진호
"200."
오영수
"공사장 일당보다 적네."
박진호
"의자에 앉아서 일하잖아."
오영수
"...맞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박진호
"사장님이라 하지 마."

영수가 웃었다.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허리를 조심하면서.

* * *

밤. 사무실.

태식이 퇴근 전에 말했다.

강태식
"진호야. 한현우가 우리 고객한테 접근하고 있어."

예상했다.

강태식
"가격 덤핑이야. 비즈닥터 월 10만 원으로 내렸어. 3개월 무료."
박진호
"우리 고객 몇 곳이 흔들려요?"
강태식
"3곳이 문의 왔어. '비즈닥터가 싸던데' 하고."

3곳. 68곳 중 3곳. 아직은 적었다. 하지만 시작이었다.

강태식
"내가 전화 돌릴게. 사람으로 붙잡는다."
박진호
"형. 가격으로 싸우면 안 됩니다. 우리는 기술로 이깁니다."
강태식
"알아. 나는 사람, 니는 기술. 분업이잖아."

태식이 나갔다. 진호가 단말기를 켰다.

◈ AI TEAM LEADER CEO, 경쟁 분석 업데이트. 비즈닥터 v1.2 출시. ▶ 업종별 분석: 제조업 1종 추가 ▶ 정확도: 89.3% (SEAN 97.1%) ▶ 가격: 월 10만 원 기술 격차: 아직 유지 중. 단, 3개월 후 추격 예상. CEO, 다음 단계를 준비하십시오.
박진호
"다음 단계가 뭔데?"
◈ AI TEAM LEADER 멀티 AI 라우팅입니다. 하나의 AI가 아니라, 분석 유형에 따라 최적의 AI 모델을 자동으로 배정하는 시스템. 이것이 구축되면 경쟁자가 6개월 이상 따라올 수 없습니다.

멀티 AI 라우팅. 팀장이 제안한 기술. 진호가 구조를 잡고 민준이 만들면 됐다.

박진호
"해보자."

진호는 화이트보드에 일어섰다. 구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새벽 2시까지. 벽돌 대신 — 화살표를 그렸다. 같은 손으로.

경쟁자가 뒤에 있었다. 멈출 수 없었다.

EPISODE 26
제26화
사무실. 밤. 여러 모니터 화면에 코드와 데이터. 두 남자가 집중하고 있다. 책상 위에 빈 커피캔.

멀티 AI 라우팅 개발. 3주째.

민준이 코드를 짰다. 진호가 구조를 잡았다. 팀장이 모델을 학습시켰다.

그런데 — 팀장의 처리 속도가 또 이상했다.

◈ AI TEAM LEADER 멀티 라우팅 모듈 v0.3 테스트 결과: ▶ 분석 요청 → 최적 모델 자동 배정 ▶ 처리 시간: 0.3초 ▶ 정확도: 98.4%

0.3초. 지난주까지 0.8초였다. 민준의 코드만으로는 이 속도가 안 나왔다.

정민준
"대표님. 이거 이상해요."
박진호
"뭐가?"
정민준
"제가 최적화한 부분은 0.6초까지만 줄일 수 있거든요. 0.3초는 —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요."

진호는 단말기를 봤다. 파란 빛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박진호
"서버 쪽 캐시가 된 거 아니야?"
정민준
"캐시 다 비우고 돌렸습니다. 같은 결과예요."

진호는 민준에게 말했다.

박진호
"일단 돌아가니까 — 넘어가자."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이 찜찜해 보였다.

진호도 찜찜했다. 영수 허리. 갑자기 빨라진 에러 해결. 그리고 이번에는 — 하드웨어 한계를 넘는 처리 속도.

이 단말기는 뭘까. 정말 그냥 AI 도구일까.

생각을 접었다. 지금은 경쟁자를 이기는 게 먼저였다.

* * *

멀티 라우팅 출시. BizSpread v3.0.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분석 속도와 정확도가 경쟁사의 2배.

◈ AI TEAM LEADER — STATUS UPDATE BizSpread v3.0 출시 2주 후: ▶ 구독 고객: 48 → 85곳 (+77%) ▶ 이탈 고객: 0 ▶ 신규 유입: 37곳 ▶ 월 수익: 2,550만 원 비즈닥터 고객 12곳 → SEAN 전환

비즈닥터 고객이 SEAN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가격이 3배 비싼데도.

사무실에서 태식이 화이트보드를 봤다. 고객 이름이 85개 적혀 있었다. 3개월 전에 48개였다. 숫자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강태식
"니가 맞았다. 기술로 이겼네."
박진호
"형이 붙잡아줬으니까요."
강태식
"겸손은 됐고. 한현우 쪽은 어때?"
박진호
"비즈닥터 정확도 89%. 우리 98%. 쓰면 알아요."
강태식
"그래도 무료 3개월은 독이야. 돈 없는 사장님들한테."

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료의 힘을 알았다. 한때 200억짜리 회사를 운영할 때도 — 무료 샘플이 가장 무서운 영업 도구였다.

박진호
"형. 우리는 가격으로 안 싸웁니다."
강태식
"알아. 근데 — 그 사이에 나가는 놈들은 내가 잡아야 해."

태식이 전화기를 들었다. 85곳 중 이탈 위험이 있는 곳부터 돌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펴고, 목소리를 낮추고, 전화를 걸었다.

30년 영업맨의 하루가 시작됐다.

민준이 옆에서 v3.0 업데이트 로그를 정리하고 있었다. 영수가 택배를 나르고 있었다. 진호가 다음 달 로드맵을 적고 있었다.

4명.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 * *

같은 날 저녁. 편의점.

서하은
"저 다음 주부터 여기 안 나와요."

진호가 고개를 들었다.

서하은
"낮 카페 시간을 늘려서요. 편의점은 몸이 안 돼서."
박진호
"카페가 어딘데요?"
서하은
"관악구요. 역 앞에."
박진호
"...가까워요."
서하은
"네. 가까워요."

하은이 웃었다. 진호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편의점을 나왔다. 밤거리를 걸었다.

사무실에서 5분. 외울 필요 없는 거리였다.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제26화 끝

제2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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