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23-24화
서정 로맨스
EPISODE 23
제23화
편의점. 새벽. 남자와 여자가 창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다. 컵라면 두 개. 밖에 비가 내린다.

새벽 1시. 편의점.

비가 왔다. 봄비. 진호는 사무실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갔다. 습관이었다.

하은이 있었다. 계산대 뒤. 오늘은 책이 아니라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박진호
"컵라면 하나요."
서하은
"오늘도 신라면이세요?"

이름을 부르지 않았는데 주문을 알고 있었다. 매일 같은 걸 사니까.

박진호
"...네."

하은이 컵라면을 꺼내주며 말했다.

서하은
"저도 지금 쉬는 시간이거든요. 같이 먹어도 돼요?"

진호는 잠깐 멈췄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박진호
"네."

하은이 자기 컵라면을 가져왔다. 너구리. 창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밖에 비가 내렸다. 편의점 유리창에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서하은
"사업이 어떤 사업이에요?"
박진호
"AI 컨설팅."
서하은
"AI? 요즘 많이 하는 거?"
박진호
"비슷합니다."
서하은
"잘 돼요?"

진호는 잠깐 생각했다. 잘 되고 있었다. 월 750만 원. 직원도 뽑았다.

박진호
"...아직 모르겠습니다."

겸손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매출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5년 전에도 잘 되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서하은
"그래도 매일 새벽까지 하는 거 보면 — 좋아하시나 봐요."

좋아하나.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해야 하니까 했다.

박진호
"...글쎄요."
서하은
"전 알바가 세 개예요."

진호가 고개를 들었다.

서하은
"여기 편의점이 밤이고, 낮에 카페, 주말에 과외. 부모님 빚이 있어서."

담담하게 말했다. 동정을 구하는 톤이 아니었다. 사실을 말하는 톤이었다.

서하은
"그래서 매일 새벽에 일하는 사람 보면 — 좀 반가워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진호는 컵라면 국물을 마셨다. 뜨거웠다.

박진호
"저도 — 반갑습니다."

하은이 웃었다. 환하게가 아니라 — 살짝. 입꼬리만.

비가 세졌다. 편의점 천장 형광등이 지직거렸다.

진호는 하은을 봤다. 오래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 본 건 기억했다.

새벽에 혼자 일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 * *

다음 날. 태식이 새 소식을 가져왔다.

강태식
"진호야. 한현우라고 알아?"
박진호
"모릅니다."
강태식
"IT 쪽 엘리트래. 요즘 BizSpread 비슷한 걸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진호의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속은 바뀌었다.

박진호
"어디서 들었습니까?"
강태식
"거래처 사장이 말해줬어. '강 이사, 비슷한 서비스가 하나 더 나온대' 하더라."

경쟁자. 예상했다. BizSpread가 돌기 시작하면 따라오는 놈이 있을 거였다.

박진호
"이름이랑 서비스 정보 알아볼 수 있습니까?"
강태식
"알아볼게."

밤. 사무실.

◈ AI TEAM LEADER CEO, 요청하신 정보입니다. 한현우 (30세) ▶ MIT 컴퓨터공학 석사 ▶ 前 삼성전자 AI연구소 ▶ 현재 '비즈닥터' 서비스 개발 중 ▶ VC 투자 유치: 2억 원 서비스 구조가 BizSpread와 유사합니다.

MIT. 삼성전자. VC 2억.

진호에게는 고시원에서 만든 단말기와 세무서에서 낸 사업자등록증이 전부였다.

체급이 달랐다.

박진호
"팀장아. 이길 수 있어?"
◈ AI TEAM LEADER 기술력은 현재 SEAN이 우위입니다. 단, 자본과 인력에서 열세. CEO, 제안이 있습니다.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십시오. 경쟁자가 따라잡기 전에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것이 최선입니다.

진화. 서 있으면 잡힌다. 달려야 했다.

박진호
"알았어. 내일 민준이랑 회의 잡아."

단말기를 닫았다. 창밖을 봤다. 관악구 밤거리.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경쟁자가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진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놓지 않았다.

EPISODE 24
제24화
사무실. 밤. 세 남자가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다. 보드에 'BizSpread v2.0'이라고 적혀 있다. 화살표와 숫자.

긴급 회의.

진호, 태식, 민준. 세 명이 사무실에 모였다.

박진호
"한현우라는 놈이 비즈닥터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 BizSpread 카피야."
정민준
"VC 2억이면 — 개발자를 5명은 뽑겠네요."
강태식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냐는 거야."

진호가 화이트보드에 섰다.

박진호
"비즈닥터가 따라올 수 없는 걸 만든다. 업종별 맞춤 분석."

화이트보드에 세 단어를 적었다. 제조. 물류. 유통.

박진호
"현재 BizSpread는 범용이야. 어떤 회사든 넣으면 결과가 나와. 근데 제조업 사장님이 원하는 건 — 제조업에 맞는 분석이야."
정민준
"업종별 모델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각각 2주는 걸려요."
박진호
"민준이는 제조업. 나는 물류. 유통은 — 내가 밤에 한다."
강태식
"나는?"
박진호
"형은 기존 고객 지키세요. 한현우가 가격 덤핑 치면 고객이 흔들립니다."
강태식
"사람으로 붙잡는다. 알았어."

회의 끝. 30분. 방향이 정해졌다.

* * *

2주 동안 밤낮없이 일했다.

민준이 제조업 모듈을 만들었다. 진호와 팀장이 물류·유통 모듈을 만들었다.

BizSpread v2.0. 업종별 맞춤 분석. 정확도가 94%에서 97%로 올라갔다.

◈ AI TEAM LEADER BizSpread v2.0 출시 준비 완료. 업종별 분석 모듈: ▶ 제조업 — 설비 효율 + 인건비 최적화 ▶ 물류업 — 배송 라우팅 + 재고 관리 ▶ 유통업 — 마진 분석 + 수요 예측 정확도: 97.1% 처리 시간: 0.8초

0.8초. 1.2초에서 0.8초. 민준의 코드가 깨끗했다.

박진호
"민준아. 잘했다."
정민준
"대표님이 구조를 잘 잡아주셔서요."

진호는 웃었다. 대표님. 아직 어색했다.

* * *

v2.0 출시 후 1주일. 구독이 폭발했다.

25곳 → 48곳. 온라인 유입이 3배 늘었다. 업종별 분석이라는 키워드가 먹혔다.

강태식
"진호야. 이번 달 매출이."

태식이 엑셀을 열었다.

◈ AI TEAM LEADER — MONTHLY REPORT 4월 매출 확정: ▶ BizSpread 구독: 48곳 × 30만 = 1,440만 원 ▶ 컨설팅: 3건 = 210만 원 ▶ 합계: 1,650만 원 전월 대비: +120%

1,650만 원. 전월 대비 2배.

진호는 숫자를 봤다. 다시 봤다.

4개월 전, 일당 12만 원. 지금은 월 1,650만 원.

강태식
"축하한다고 하기엔 이르다. 근데 — 방향은 맞다."

태식이 처음 한 말을 되풀이했다. 방향은 맞다. 진호는 이 말이 좋았다. 축하보다.

* * *

밤. 사무실.

혼자 남았다. 민준과 태식이 퇴근한 후.

단말기를 켰다.

박진호
"팀장아. 한현우는 어떻게 됐어?"
◈ AI TEAM LEADER 비즈닥터 현황: ▶ 출시일: 이번 주 ▶ 가격: 월 15만 원 (SEAN의 절반) ▶ 기능: BizSpread v1.0과 유사 ▶ 업종별 분석: 없음 가격 경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절반 가격. 하지만 v1.0 수준. 업종별이 없다.

지금은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 한현우에게 VC 2억이 있었다. 개발자를 더 뽑으면 따라잡힌다.

박진호
"계속 달려야겠네."
◈ AI TEAM LEADER CEO, 동의합니다. 멈추면 잡힙니다.

진호는 단말기를 닫고 사무실을 나섰다.

편의점에 갔다. 컵라면을 샀다. 하은이 있었다.

서하은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박진호
"일찍 끝났습니다."
서하은
"좋은 일 있었어요? 표정이 달라요."

진호는 몰랐다. 자기 표정이 달라진 걸. 하은이 알아챈 거였다.

박진호
"...좀 잘 됐습니다."
서하은
"축하해요."

두 글자. 축하해요. 태식이 안 한 말을 하은이 했다.

컵라면을 먹고 나왔다. 비는 그쳐 있었다.

골목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하은의 "축하해요"가 —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제24화 끝

제2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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