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21-22화
시작의 신호
EPISODE 21
제21화
회의실. 긴 테이블. 심사위원 3명이 앉아 있고, 맞은편에 50대 남자가 서서 프레젠테이션 중. 스크린에 그래프.

정부 지원금 심사. 서울창업허브 3층.

태식이 PT를 맡았다. 인생 첫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진호가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15장. 팀장이 데이터를 넣었다. 태식이 외웠다. 3일 밤을 연습했다.

강태식
"SEAN AI 연구소. 중소기업을 위한 AI 경영 분석 플랫폼 BizSpread입니다."

태식의 목소리가 낮고 차분했다. 슬라이드를 넘기는 손이 약간 떨렸지만 —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강태식
"현재 중소기업의 73%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비쌉니다."

심사위원 3명.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식
"BizSpread는 월 30만 원으로 대기업 수준의 경영 분석을 제공합니다. 현재 구독 고객 12곳. 월 수익 500만 원. 창업 3개월 차."

30년 동안 남의 물건을 팔았다. 오늘 처음으로 — 자기 물건을 팔고 있었다.

심사위원1
"고객 획득 비용은?"
강태식
"제로입니다. 제가 직접 뜁니다."

웃음이 났다. 심사위원도, 태식도.

심사위원2
"기술 개발은 누가?"
강태식
"대표 박진호가 직접 합니다. AI 도구를 활용해서."
심사위원2
"인력이 2명이라는 건데 — 스케일 가능합니까?"
강태식
"그래서 지원금이 필요한 겁니다. 개발자 1명만 있으면 됩니다."

20분. 끝났다. 태식이 나왔다. 복도에서 진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식
"어땠어?"
박진호
"밖에서 들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강태식
"떨렸다. 30년 동안 영업만 했지 PT는 안 해봤거든."

태식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다. 두 개.

강태식
"결과는 2주 후래."
박진호
"됩니다."
강태식
"뭘 근거로?"
박진호
"형이 했으니까."

태식이 커피를 마셨다. 아무 말 안 했다. 하지만 —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 * *

2주 후. 결과가 왔다.

선정. 지원금 5,000만 원.

◈ MISSION #002 — COMPLETE 목표: BizSpread 시스템 구축 결과: 프로토타입 완성 + 정부 지원금 확보 ✅ 보상: ▶ [사업 확장] 모듈 해금 ▶ CEO 레벨: Lv.2 → Lv.3 ▶ 칭호: [시스템을 만드는 자]

Lv.3. 시스템을 만드는 자.

5,000만 원. 이 돈으로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개발자 1명. 서버 확장. 사무실 이전.

태식에게 전화했다.

박진호
"형. 됐습니다."
강태식
"얼마?"
박진호
"5천."

3초 침묵.

강태식
"...진호야."
박진호
"네."
강태식
"사업계획서 100장보다 실행 1페이지가 낫다더니 — 니 보고서는 30장으로 5천만 원 뽑았네."

진호가 웃었다.

강태식
"축하한다. 진짜로."

진호는 전화를 끊고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창밖을 봤다. 관악구 골목. 봄이 오고 있었다. 3월의 바람이 불었다.

12,000원에서 시작해서 — 5,000만 원이 들어온 날이었다.

아직 멀었다. 하지만 — 방향은 맞았다.

EPISODE 22
제22화
사무실. 20대 중반 남자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긴장한 표정. 맞은편에 40대 남자가 팔짱을 끼고 보고 있다.

정민준. 26세. 컴퓨터공학 졸업. 경력 2년. 스타트업 두 곳이 망해서 백수.

지원금으로 뽑은 첫 직원이었다.

이력서가 20개 왔다. 태식이 5명을 추렸다. 진호가 면접을 봤다.

정민준은 마지막 면접자였다.

박진호
"이전 회사 두 곳이 다 망했네."
정민준
"네. 둘 다 자금이 끊겨서."
박진호
"우리도 자금 얼마 없어."
정민준
"알고 왔습니다."

진호가 민준을 봤다. 긴장하고 있었지만 — 도망치는 눈이 아니었다.

박진호
"BizSpread 써봤어?"
정민준
"네. 지원하기 전에 무료 체험 신청해서 돌려봤습니다."
박진호
"어땠어?"
정민준
"분석 엔진은 좋은데 UI가 구립니다. 솔직히."

태식이 웃었다. 진호도 웃었다. 맞았으니까.

박진호
"고칠 수 있어?"
정민준
"2주면 됩니다."
박진호
"월급 250이야. 적어."
정민준
"백수보다 낫습니다."

채용. 악수.

SEAN AI 연구소. 직원 3명. 대표 박진호. 영업 강태식. 개발 정민준.

* * *

민준이 합류하고 2주. BizSpread UI가 바뀌었다.

깔끔해졌다. 버튼이 직관적이 됐다. 로딩 시간이 3초에서 1.2초로 줄었다.

태식이 새 화면을 보고 말했다.

강태식
"이거 나도 쓸 수 있겠는데."

태식도 쓸 수 있다는 건 — 중소기업 사장님도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구독이 늘기 시작했다. 태식의 87개 리스트를 넘어 —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는 고객이 나왔다.

◈ AI TEAM LEADER — STATUS UPDATE BizSpread 구독 현황: ▶ 태식 영업: 18곳 ▶ 온라인 유입: 7곳 ▶ 합계: 25곳 ▶ 월 구독 수익: 750만 원 CEO, 온라인 유입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팅 없이 자연 유입입니다.

자연 유입. 물건이 좋으면 사람이 온다. 태식이 항상 하는 말이었다.

* * *

저녁. 사무실.

태식과 민준이 퇴근한 후. 진호 혼자 남았다.

단말기를 켰다.

박진호
"팀장아."
◈ AI TEAM LEADER 네, CEO.
박진호
"민준이 코드 괜찮아?"
◈ AI TEAM LEADER 정민준의 코드 품질: 상위 12% 리팩토링 능력: 우수 단, 아키텍처 설계 경험 부족 보완이 필요한 영역은 CEO와 제가 담당하면 됩니다.
박진호
"그래. 민준이는 괜찮은 놈이야."
◈ AI TEAM LEADER CEO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

진호는 웃었다. 사람 보는 눈. 최승재를 봤던 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 맞기를 바랐다. 민준도, 태식도.

단말기를 닫으려는데 화면이 한 번 깜빡였다. 시스템 로그에 이상한 줄이 하나 떴다가 사라졌다.

`[ARCHIVE: 2.7% — SYNC IN PROGRESS]`

진호가 스크롤을 올렸다. 없었다. 흔적도 없었다.

박진호
"...뭐였지."

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은 정상이었다.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단말기를 닫고 사무실을 나섰다.

밖에 봄바람이 불었다. 3월의 끝이었다.

제22화 끝

제23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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