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 심사. 서울창업허브 3층.
태식이 PT를 맡았다. 인생 첫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진호가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15장. 팀장이 데이터를 넣었다. 태식이 외웠다. 3일 밤을 연습했다.
태식의 목소리가 낮고 차분했다. 슬라이드를 넘기는 손이 약간 떨렸지만 —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심사위원 3명.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30년 동안 남의 물건을 팔았다. 오늘 처음으로 — 자기 물건을 팔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심사위원도, 태식도.
20분. 끝났다. 태식이 나왔다. 복도에서 진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태식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다. 두 개.
태식이 커피를 마셨다. 아무 말 안 했다. 하지만 —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2주 후. 결과가 왔다.
선정. 지원금 5,000만 원.
Lv.3. 시스템을 만드는 자.
5,000만 원. 이 돈으로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개발자 1명. 서버 확장. 사무실 이전.
태식에게 전화했다.
3초 침묵.
진호가 웃었다.
진호는 전화를 끊고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창밖을 봤다. 관악구 골목. 봄이 오고 있었다. 3월의 바람이 불었다.
12,000원에서 시작해서 — 5,000만 원이 들어온 날이었다.
아직 멀었다. 하지만 — 방향은 맞았다.
정민준. 26세. 컴퓨터공학 졸업. 경력 2년. 스타트업 두 곳이 망해서 백수.
지원금으로 뽑은 첫 직원이었다.
이력서가 20개 왔다. 태식이 5명을 추렸다. 진호가 면접을 봤다.
정민준은 마지막 면접자였다.
진호가 민준을 봤다. 긴장하고 있었지만 — 도망치는 눈이 아니었다.
태식이 웃었다. 진호도 웃었다. 맞았으니까.
채용. 악수.
SEAN AI 연구소. 직원 3명. 대표 박진호. 영업 강태식. 개발 정민준.
민준이 합류하고 2주. BizSpread UI가 바뀌었다.
깔끔해졌다. 버튼이 직관적이 됐다. 로딩 시간이 3초에서 1.2초로 줄었다.
태식이 새 화면을 보고 말했다.
태식도 쓸 수 있다는 건 — 중소기업 사장님도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구독이 늘기 시작했다. 태식의 87개 리스트를 넘어 —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는 고객이 나왔다.
자연 유입. 물건이 좋으면 사람이 온다. 태식이 항상 하는 말이었다.
저녁. 사무실.
태식과 민준이 퇴근한 후. 진호 혼자 남았다.
단말기를 켰다.
진호는 웃었다. 사람 보는 눈. 최승재를 봤던 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 맞기를 바랐다. 민준도, 태식도.
단말기를 닫으려는데 화면이 한 번 깜빡였다. 시스템 로그에 이상한 줄이 하나 떴다가 사라졌다.
`[ARCHIVE: 2.7% — SYNC IN PROGRESS]`
진호가 스크롤을 올렸다. 없었다. 흔적도 없었다.
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은 정상이었다.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단말기를 닫고 사무실을 나섰다.
밖에 봄바람이 불었다. 3월의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