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Spread 개발 38일째.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
로그인. 회사 정보 입력. 매출, 인건비, 물류비, 재고. 버튼 하나 누르면 — AI가 분석하고, 비용 절감 시뮬레이션과 3개월 로드맵이 나왔다.
진호가 구조를 잡았다. 팀장이 코드를 짰다. 38일.
한솔로지스 데이터를 넣었다. 엔터.
3초.
보고서가 나왔다. 진호가 3일 걸려 만든 리포트와 — 같은 퀄리티였다.
3일이 3초가 됐다.
태식에게 전화했다.
잠깐 침묵. 태식이 자판 소리를 냈다.
진호가 데모 화면을 캡처해서 보냈다. 태식이 1분 만에 답했다.
태식이 또 침묵했다. 계산하고 있었다. 30년 영업맨의 계산.
다음 날. 태식이 기존 컨설팅 고객 5곳에 BizSpread 무료 체험을 제안했다.
5곳 중 4곳이 수락. 1주일 무료 사용 후 유료 전환.
진호는 서버를 세팅했다. 팀장이 도왔다. 24시간 가동.
3일 후. 4곳 중 3곳이 유료 전환. 월 30만 원 × 3 = 90만 원.
수익 구조가 바뀌었다. 진호가 하나하나 리포트를 쓰지 않아도 — 시스템이 돌았다.
태식이 영업하면 고객이 늘었다. 고객이 늘면 매출이 올랐다. 진호가 시스템을 개선하면 분석이 정확해졌다. 정확해지면 태식이 더 쉽게 팔았다.
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밤. 고시원.
진호는 단말기를 닫고 침대에 누웠다.
440만 원. 3개월 전에 12,000원이었다.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있었다.
지금은 — 시스템이 돌고, 태식이 팔고, 팀장이 분석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셋이었다. 아니, 곧 넷이 될 거였다. 영수가 퇴원하면.
천장을 봤다. 이 고시원 천장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내일 할 일이 떠올랐다. 홈페이지. 새 고객. BizSpread 업데이트.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 불안해서가 아니었다.
3월.
고시원을 나왔다. 사무실을 구했다. 관악구 원룸. 보증금 300, 월 45만 원.
사무실이라고 부르기엔 좁았다. 원룸이라고 부르기엔 책상이 두 개였다.
태식이 와서 둘러봤다.
태식이 자기 책상에 앉았다. 의자가 삐걱거렸다.
태식이 웃었다. 진호도 웃었다.
BizSpread 구독 고객이 12곳이 됐다. 월 360만 원.
컨설팅 수익까지 합하면 월 500만 원을 넘었다.
78%. 프로토타입은 돌아가지만, 고객이 늘면서 기능이 부족해졌다. 업종별 맞춤 분석이 필요했다. 제조업, 물류업, 유통업 — 각각 다른 모델이 필요했다.
정부 지원금. 5,000만 원.
진호는 화면을 봤다. 3년 이내 창업자. 맞았다. 사업자등록 한 지 두 달.
새벽 1시. 편의점.
또 왔다. 코딩이 막히면 오는 곳이 됐다. 컵라면과 캔커피. 매일.
서하은이 계산대 뒤에 앉아 있었다. 책을 읽고 있었다.
진호가 고개를 들었다. 하은이 웃고 있었다.
진호는 잠깐 멈췄다. 공사장에서 일한다고 할 뻔했다. 아니, 더 이상 공사장은 아니었다.
하은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궁금한 듯, 더 묻지는 않았다.
그 말이 — 생각보다 가까이 왔다. 밤에 혼자 일하는 사람. 둘 다.
진호가 받았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하은이 다시 책을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인지 궁금했다. 물어보지는 않았다.
고시원 — 아니, 사무실로 돌아왔다.
단말기를 켰다. BizSpread 코드를 열었다. 이어서 작업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화면이 스크롤됐다. 에러가 나고, 고치고, 다시 돌렸다.
새벽 3시. 눈이 감겼다. 억지로 떴다.
팀장이 물었다.
단말기를 닫았다. 침대에 누웠다. — 아, 여기는 사무실이었다. 침대가 아니라 의자였다.
의자에 기대서 눈을 감았다.
내일. 지원금 서류. BizSpread 업데이트. 태식과 미팅 2건.
그리고 — 새벽에 편의점에 갈 거였다.
왜 가는지는 — 아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